-
제멋대로 러시아 여행 [3화] 혼자만카테고리 없음 2021. 2. 26. 09:51
핸드폰으로 사진이랑 글을 쓰니까 PC로는 좀 어색할 수 있어.
2019년 1219
본래 인간은 여유가 있어야 한다.
여유가 없다면 보이던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고, 만나고 싶지도 않을 것이다.
나도 가방을 되찾고 나서 가방을 잃어버렸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이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가방도 되찾았기 때문에 간단히 점심을 겸한 저녁식사를 하고 산책도 겸해 역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역 밖으로 나오니 확실히 예전과는 느낌이 다르다.
과장을 더하면 세상이 밝아 보인다고나 할까.www
여기저기 길거리를 다니는 보니
이것이 여행이야! 라는 생각이 드디어 내 마음을 울렸다.
제가 걸었던 곳은 원래 여행자들이 많이 오지 않는 구역이어서 특별히 좋지 않았지만,
나는 이런 분위기를 더 좋아하는 편이라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내가 원래 친구들과 여행을 가면 선호하는 포인트가 달라서 곤란할 때가 있었다.
그것을 생각해보면 나홀로 여행은 그런 면에서 분명히 장점에 다가온다.
내가 가고 싶은 곳에 누군가로부터 구애받지 않아도 다닐 수 있으니까
내가 진심으로 만족할 수 있는 여행이 될 수 있다.
그렇게 거리를 걸으면서 밥을 먹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제가 원래 가려던 식당이 러시아 식당이었는데
구글 지도를 잘못 보고 정확히 맞은편에 있는 중국집에 잘못 들어갔다.
아무것도 몰랐던 나는 자리에 앉고 나서야 내가 식당에 잘못 들어왔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전혀 관계없다.
러시아에서 중국 음식을 먹어보는 것도 신선한 경험이 아닐까.
먼저 선불을 하고 나서 트레이에 직접 음식을 담아왔다.
5,000원이나 하는 가격에 뷔페를 먹을 수 있는 가게였다.
사진에 보이는 붉은색 수프는 맵지 않은 수프인 볼시이다.토마토 맛이 나고 고기도 이가 고여 조금 시다.
메뉴는 어디선가 낯익은 맛이었다.볶음밥, 첫볶음, 칠리새우 같은 거
러시아 여행의 첫 식당치고는 예상 밖이었지만 결론적으로 맛있게 먹었다.
오히려 이곳에 온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
지금 날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어.
21시반까지 타야하는 기차를 타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어두워지는 하늘을 보니 일단 역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
역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며 기다리다 보니 어느새 주위를 둘러보니 군인이 가득했다.
실제로 시베리아횡단열차에는 군인이 많이 탄다.러시아군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징병제의 성격이 짙기 때문에 원거리 이동을 위해
단체로 기차를 타고 가거나 휴가를 떠날 때도 같고, 제대하고 집에 올 때도 타는 것이 시베리아횡단열차다.
그래서 러시아에서는 전역 열차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유튜브에서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검색하면 잘생긴 러시아 군인이 아주 자주 등장한다.
여담으로 내가 본 러시아 영화로는 '전역열차놀이'도 있었다.
전역 열차는 군인들의 꿈과 같은 행복 그 자체다.
어디서 발권해야 할지 몰라 이리저리 헤맸지만 결국 사람이 많이 모인 곳을 따라잡으니 역시 그게 맞다.
절차는 은행 업무와 비슷했다.
순번표를 가지고 대기하고 있으면 데스크로 불러 해당 데스크에서 티켓을 발급한다.
그러나 순번표는 러시아어로 돼 있다.당연히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이 순번표를 고르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데요.
이때 철도청 직원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한 명씩 알려준다.
어지간히 어려운 일인데 수고하십니다.
아주 무뚝뚝하게 가르쳐 주지만 한국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보통 한국에서는 웃으면서 응대하는 것이 좋은 서비스인 것 같은데요.
러시아는 다르다.
러시아에서는 어릴 적부터 학교에서 선생님이 웃지 말라고 가르친다.
그래서 만약 학생이 수업시간에 웃으면 선생님은 "뭐가 재밌어?"라고 말한다.
따라서 서비스업에서도 마찬가지로 무표정하고 조심스럽게 일하는 모습이 러시아에서 좋은 종업원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어느 음식점을 가도 종업원들의 표정은 거구 100에 90은 무표정했다.
무사히 발권까지 마치고 자리에 앉아 열차를 기다리면 나머지 시간은 3~40분 정도다.
주위를 둘러봐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어떻게 발권할지 몰라 방황하는 몇몇 한국인을 보았다.
이미 발권까지 마치고 넷플릭스를 보는 내 입장에서는 마냥 지켜볼 수 없어 직접 가서 알려줬다.
이 버튼을 누르면 번호표가 나옵니다.저기요. 혹시 출력해 온 기차표 가지고 계세요?"
차근차근 일러주었더니 두 사람도 금세 발권을 마쳤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했다.
.
20대 초반의 남자 2명이었는데 친구와 둘이서 왔단다.
키가 큰 A와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B.
둘이서 너저분하게 까불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니 나 혼자 여행온 것이 좀 아쉬운 느낌도 든다.
나는 둘이서 어디까지 갈 거냐고 물어 보았다.
나: "두 분은 어디까지 가십니까?"
우리는 이 기차를 타고 이르쿠츠크까지 가서 모스크바, 그리고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갈 거예요."
나랑 루트가 거의 비슷해
나도 내 일정을 말해주고 나중에 한번 만나기로 해.
그리고 다시 앉아서 핸드폰을 보고 있는데 이번에는 또 다른 한국인이 저한테 와서
자기가 화장실에 가려고 하는데 내가 자기 가방 좀 봐달라고 할게.
저는 당연히 다녀오라고 했고
내가 지금 한국에 경춘선을 타러 왔나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자리에 돌아와 이야기를 했다.
.
蕂은 금발 머리를 염색한 언니였다.
한눈에 많은 짐을 들고 있었는데 혼자서 한국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어디까지 갈 계획이냐는 나의 질문에 C는 러시아를 통과해 북유럽, 그리고 지중해까지 간다고 한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덧 기차를 탈 시간이 되어서 기차가 역에 도착했다.
문제는 그녀의 짐이 너무 많다는 거야.그래서 내가 좀 나눠서 들어주기로 했어
역무원에게 여권과 기차표를 보여주면 직원은 다른 칸에서 타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칸에 가서 직원에게 다시 물어봤더니 나는 여기서 맞는데 C자리는 다른 칸이라서 멀리 반대 칸으로 가야 했다.
짐은 나중에 달라고 해 C는 다른 차량 쪽으로 뛰었다.
.
열차에 올라타 자리를 찾아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겨우 자리를 잡고 앉았더니, 자신이 있는 열차에는 한국인과 군인이 한 명도 없었다.
유튜브에서 즐비했던 것과는 다른 그림이었다.
내 맞은편 1층에는 동양여자, 내 위층에는 금발의 여자,
잠시 후 반대편 창가 자리에 남녀 커플이 나타났다.
나를 포개어 놓은 옷들을 정리하고 나의 소중한 가방들을 침대 밑 수납공간에 집어넣은 후
화장실에서 간단히 씻고 시간을 보니 벌써 밤 10시다.
눈코 뜰 새 없이 잘 준비를 했다.
곧 열차 내 불빛이 꺼지고 은은한 미등만 약하게 객실을 비춘다.
젊은 사람들은 누운 채로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핸드폰을 보고,
어르신들은 앉아서 도란도란 얘기를 한다.
그렇게 밤이 깊어간다.
한두 명씩 코고는 소리가 작게 들리기 시작했고
나도 핸드폰 끄고 이어폰 줄 감았어
그리하여 나는 19일부터 22일까지 3박4일로 타기로 되어 있는 첫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탔다.
3화 끝.
P.S 러시아 여행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으면 댓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