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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0세 감독의 고군분투 미안해요, 리키
    카테고리 없음 2021. 2. 26. 03:17

    매년 대졸 신입 사원의 평균 연봉을 발표한다. 그 발표의 의미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언제나의 것은 '택도 없이 높은' 연봉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아는 삼성전자와 현대건설, 또는 대형 공공기관에 취직하는 신입사원도 있지만 그 대기업이 아닌 다른 곳에 취업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그런데도 변함없이 연봉이 몇천이라는 그래프를 발표하는 아나운서를 보면 한심하기도 했다. 그 아나운서는 자신이 발표하는 연봉군보다 훨씬 적은 연봉을 받으며 취직하는 신입사원들이 훨씬 많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사회의 시선은 늘 그렇다. 자기가 편하고 좋은 일에만 신경을 쓴다. 당연히 좋은 환경과 시스템에서의 데이터에 대한 확보는 용이하다. 아무런 수치도 없는 수공업 같은 일에 대한 데이터는 제대로 수집하지 않고 그 데이터에 대한 신뢰 또한 불분명한 것이 분명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니 대기업에 취직하지 못한 사람들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런 데이터에서 누락된 회사에 취업하는 일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미안해요, 리키>에 나오는 "리키"는 한번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해 왔지만, 그 그래프의 주인공이나 그 수치의 연봉은 받지 못했을 거야. 그래서 자본주의의 무한경쟁의 사회에서 항상 소외되어 왔을 것이고, 그 소외되어 왔던 것에 익숙해져 있을 것이다.

    세상에는 일방적인 것은 많지만 계속하는 것은 힘들다. 항상 초심을 잃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이 꾸준히 같은 마음으로 있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리키는 처음부터 그렇게 사회에서 소외된 것에 익숙하지 않았을 것이다. 조금 젊었을 때였다면 지금보다 훨씬 활기 차고 있고 자신감에 넘쳤겠지만 그런 초심은 결국 환경이 좋지 않았다면 오래 못 갔을 것이다.

    <미안해요, 리키>는 그런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리키'의 가족들을 조명한다. 리키와 에이미는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지만 아이들과의 시간은 점점 짧아지고 짧아진다. 이 영화는 그런 가장의 의미를 점잖게 하려는 영화가 아니라 이 같은 현실이 될 수밖에 없는 모순된 자본주의 사회를 냉정하게 바라보며 예리하게 바라본다.

    대표적인 사회파 감독인 겐로치의 전성기 영화 같은 날에 서거나 직접적인 대사는 줄었지만 낮은 곳에 있는 소외된 적자들에게 깊은 시선을 담는 카메라는 80세가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한다.

    덕분에 리키는 어떤 희망도 찾을 수 없는 현실의 주인공이 되었고, 그 현실은 굳이 영화라는 매체를 빌려 할 수 있는 어떤 판타지적 환상도 배제한 채 우리 사회의 직접적인 질문으로 이어질 뿐이다.

    그래서 영화는 어떤 해답보다 소외되고 시선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연대하면서 관심을 높이는 것에 대한 괴리를 남긴다. 전작인 <나, 다니엘 블레이크>와 같은 변함없는 낮은 시선으로 사회를 바라보며, 그 사회 속에서 소외되는 일방적인 시스템(혹은 자본주의 시스템)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존재가치를 역설하도록 보여주고 싶다.

    그리고 켄 로치는 그런 욕구도 자본주의 무한경쟁 사회에서 얼마나 어렵고 힘든 희망인지도 '리키'를 통해 그대로 보여준다. 세상,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일방적이고 기계적인 PDA 속에서 그 모든 희망사항에는 관심 줄 시간조차 없다고 부수적으로 역설하는 모습에 80세 감독의 고군분투가 느껴진다.

    곧 새해를 맞아 일자리 얘기와 함께 대졸사원의 평균 연봉도 발표될 것이다. 그리고 그 발표에 '높은 연봉'이라고 비웃는 리키 같은 사람들도 여전히 있을 것이다.

    #미안해요 리키 #켄로치 #크리스히친 #데니 허니우드 #케이티프록터 #리스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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